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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시 6번 떨어지고, 30대 신입 웹 개발자가 되는 이야기 (3) - 실전

by softserve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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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1.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
2. 웹 개발? 백엔드? 프레임워크? API?
3. SI는 안 된다고? IT 회사의 종류

두 번째 이야기

4. 학원을 꼭 다녀야 할까?

5. 썼노라, 보았노라, 떨어졌노라

1월부터 거창한 계획과 함께 취업 준비를 시작했지만 연말이 될 때까지 뚜렷한 성과 없이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아한 테크코스 모집 소식을 듣고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했죠. 몇 주 뒤 또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 저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스펙이 아깝지 않아요?

처음 취직 준비를 시작했을 때는 회사가 크든 작든 월급이 많든 적든 밥값만 하고 살자 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차츰 아무데나 막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나이를 제외하면 제 스펙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보니... 대기업에 원서 한 번 안 써보고 하향지원을 하는 것은 취준생으로서는 직무유기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지원한 곳은 증권사의 IT팀이었습니다. 증명사진도 미리 찍어놓지 못해서 폰으로 찍은 사진을 급하게 수정해 첫 이력서를 냈습니다. 내심 기대를 했으나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처음 써본 자소서가 문제였던 건지 나이가 문제였는지 사진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연한 결과였죠.

그렇게 대기업 및 계열사 17곳에 지원을 했고 서류 합격은 5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5곳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대기업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나이를 훌쩍 넘긴터라 대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어찌어찌 서류를 통과한다 해도 면접에 자신이 없어서 합격이 어려우리라 판단했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내세울 만한 결과물도 없던 저는 대기업이 그나마 나쁘지 않은 학점과 영어성적, 대학교 간판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으나 오산이었습니다.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습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당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스펙이니 스펙에 집착하기가 쉬운데, 컨설팅이나 취업 설명회 같은 데 가보면 막상 면접관들은 입을 모아서 스펙만 가지고 사람을 뽑는 건 아니라고 하잖아요? 물론 지원자가 다들 비슷비슷하다 보니 기왕이면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을, 학점이 더 높은 사람을 뽑자 하는 마음이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내가 어디 대학 나온 사람인데 저런 회사를 다녀서야 되겠어?' 라든가 '나처럼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무슨 대기업이야' 같은 식으로 미리 단정 짓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스펙으로 어디어디 갈 수 있을까요?" 이런 글 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런 글 올릴 시간에 이력서를 써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지원해보는 것보다 확실한 답은 없으니까요.

- 원서를 냈다가 합격해버리면 어떡하죠?

저는 지원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해당 기업에 벌써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습니다. 혹시나 좀 별로인 회사에 덜컥 합격해서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죠.

거르고 걸러서 가고 싶은 회사들만 지원을 하다 보니 면접 연습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첫 면접만 해도 달달 떨면서 했었는데 몇 번 해보니까 그래도 떨리지는 않더라구요.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학원을 안 다닐 거였으면 차라리 1월부터 계속 원서를 내고 꾸준히 면접을 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보니 제대로 준비해서 면접에 들어가겠다는 마인드를 가졌었는데, 일단 면접을 보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워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요.

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입사지원을 아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을 한 번 더 볼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고(좋은 회사는 면접비도 주고) 회사를 보는 안목도 길러지고, 더 좋은 곳에 갈 기회도 많아집니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지원을 하다 보면 면접 일정이 겹치거나 가고 싶은 회사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의 합격 통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곤 하겠죠.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어디든 합격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 30대 신입도 뽑나요?

저를 포함해서 30대에 처음 취직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겠죠.

먼저 결과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기업
지원 17 13 9
면접 5 2 4
승률 23% 15% 44%

물론 합격률에는 나이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작용을 했겠지만

확실히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는 일단 지원하면 1/2 확률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고, 오히려 중기업에서 서류 통과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대기업도 서류 통과는 꽤 시켜줬으니 요즘에는 마지노선도 조금 후퇴하고 있지 않나 싶구요.

30대에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나 개발 직무는 조금 더 나이에 관대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많이 불리한 건 맞습니다. 자기 주변에 대기업에 입사한 몇 살짜리 신입을 봤다 이런 목격담이 종종 보이곤 하지만 그 한 명의 예외가 여러분의 취직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겠어요? 이미 먹은 나이를 뱉어낼 수도 없고 취직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조금 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약점을 보완할 만한 준비를 하는 수밖에요.

- 포트폴리오와 기술 면접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블로그는 도움이 되나요?

당연하게도, 다 잘하는 게 좋습니다. 다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목표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보통 큰 회사일수록 코딩테스트가 어렵고 깊이 있게 기술 질문을 하고 전공 지식을 많이 보죠. 작은 회사일수록 포트폴리오나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이 뭔지를 보는 것 같구요.

요즘 코딩테스트를 보는 회사가 많이 있지만 저처럼 경쟁률이 낮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셨다면 굳이 따로 코딩테스트 준비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기초부터 튼튼하게 다져야지~ 하면서 전공 서적을 펼쳐들거나 강의를 듣는다거나 하지는 마세요. 그럴거면 차라리 대학교를 다시 가는 편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기술 면접 질문에 대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보처리기사 공부를 하는 게 잊혀졌던 전공 지식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막상 본격적으로 면접을 본 게 자격증 취득 후 반 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면접에서 써먹지는 못했지만 기사 자격증이 없으시다면 공부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포트폴리오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포트폴리오 그 자체보다 본인이 만든 것이 맞는지, 어떤 기술을 선택한 이유나 코드를 이렇게 짠 이유가 무엇인지 같은 것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다고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고 학원에서 만들어줘서 다 똑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

그래도 일단 만드세요. 저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못했고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회사에는 지원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좀 있었습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은 것을 후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면접 중에 학원 다닐 생각은 안 해봤냐 안 간 이유가 뭐냐 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취직을 위해서 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사실 취업에 그리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면접 중에 블로그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고(그만큼 인상깊은 글이 없어서 일수도...) 면접 중에 보여준 적은 한 번 있었습니다. 물론 떨어졌구요.

개인적으로는 취직과 관계없이 블로그를 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고, 기억이 안 날 때 찾아보기도 쉬우니까요.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노력을 좋게 봐줄 수도 있는 거니까요.

- 결론

취업활동은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더 준비를 해서...라는 핑계는 공백기를 늘릴 뿐입니다.

이력서는 최대한 많이 써야 합니다. 면접을 많이 볼수록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내십시오. 어느 정도 타협을 하더라도 일단 등 따시고 배부른 상태에서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1년 3개월이라는 취준생활을 거쳐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특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랑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분들에게는 꼭 한 번 깊이 고려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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