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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시 6번 떨어지고, 30대 신입 웹 개발자가 되는 이야기 (2) - 국비

by softserve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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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1.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
2. 웹 개발? 백엔드? 프레임워크? API?
3. SI는 안 된다고? IT 회사의 종류

4. 학원을 꼭 다녀야 할까?

이제 목표와 방향은 정해졌으니 철저히 준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보통 다른 일을 하다가 개발자의 길로 들어선 비전공자분들은 컴퓨터 학원의 국비 과정을 많이들 이용합니다. 국비 학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약 6개월 동안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공자라고는 하지만 졸업 후 꽤나 긴 시간이 지난 데다 일찍이 진로를 틀어버린 탓에 이렇다 할 프로젝트 경험, 포트폴리오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저로서는 학원을 다니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면 국비학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저 같은 경우는 전공자가 왜 국비 학원을 가느냐 혼자 해도 충분하다 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도 학원에 다니지는 않았습니다만, 학원에 갔으면 조금 더 취업이 빨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지...

국비 학원의 문제점은

  1. 우선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나 강사가 확보되지 않은 채로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운영되는 학원이 많다는 점,

  2.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려고 하다보니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점,

  3. 강사가 어떻게든 포트폴리오는 만들어주기 때문에 학원에서 만들어 준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니는 취준생들이 많아져 면접관들이 포트폴리오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점

  4. 진로에 대한 확신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방황하는 인력들이 양산되고, 해당 인력들은 2, 3년 이내에 포기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손실이 되는 점

정도가 있겠습니다.

저같은 경우 1번은 가급적 평이 괜찮은 학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고, 결국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다 4년 동안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들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국비학원을 가서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이냐

  1. 학원을 가게 되면 6개월 안에는 공부를 끝내고 구직활동을 헤야 합니다.

학원을 다니게 되면 매일 출석을 하고 그날 정해진 진도만큼은 공부를 하게 되지 않습니까? 저처럼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런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 계획을 짜면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혼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깊게 파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고 스치듯 지나친 내용들은 한 달만 지나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시험공부는 범위가 정해져 있는 반면, 취직 준비는 무엇을 어느 정도로 공부해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을 미루게 되고 점점 나태해져서 의미 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된 것이죠.

물론 스터디를 구한다든지 강제성을 부여할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만 학원을 가게 되면 좋은 점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1.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다.

아직 연초이고 올해 안에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저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edx.org에서 os, 네트워크 등 cs에 관한 온라인 강의와 웹 프로그래밍 과정을 들었습니다. 해당 과정에서는 python-django를 사용하더군요.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지만 막상 하다 보니 이걸 언제 다 할까 싶고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완강을 하지 못한 채 네이버 부스트 코스에서 풀 스택 웹 개발 과정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강의가 좀 오래되긴 했으나 무료로 javascript와 jsp, 스프링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완강은 했으나 최종 프로젝트는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https://www.freecodecamp.org/learn/ 라는 사이트에서는 html, css에 대해서 학습을 했습니다. 설명을 읽고 직접 해볼 수도 있어서 꽤나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일정에 밀리다 보니 결국 여기도 끝까지 마무리는 못 했습니다.

처음으로 완성을 했던 프로젝트는 간단한 스프링 부트 게시판이었습니다. '스프링 부트와 AWS로 혼자 구현하는 웹 서비스' 라는 책을 보고 따라 하면서 일주일 만에 뚝딱 만든 것이라 사실 혼자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렵죠.

독학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무엇을 공부할지 스스로 선택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독학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무엇을 공부할 지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 독학의 단점입니다. 저는 혼자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고,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패를 겪고 말았습니다.

저에게 부족했던 점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평가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년을 고시에 매달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겠죠.

독학을 하기로 결심하셨다면 일주일, 한 달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이대로 계속 진행해도 괜찮은 것인지 판단하는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합니다.

제 경험상 막연하게 내일부터 잘하면 되지, 다음 주부터는 제대로 해야지 라는 생각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동료가 있다.

면접에서는 프로젝트 경험을 꼭 물어봅니다. 특히 최근에는 협업을 강조하기 때문에 방구석에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프로젝트를 해봤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학원에서는 자연스럽게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들이 있고 정보 교환인 정서적인 측면에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공백기를 줄일 수 있다.

제가 간과했던 것 중 하나가 공백기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학업 또는 직장)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백기는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저는 이미 6년의 공백기가 있는데 여기 1년 더 추가된 들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게 아니었죠. 명확한 이력이 없는 이상 1년이라는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면접관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내가 6개월 동안 무슨 공부를 했는지는 결과물이나 면접에서의 질의응답을 통해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지만, 학원 수료증이 있다면 그 증명의 어려움이 다소 줄어들 게 됩니다.

  1. 무료이다.

이거... 읽다 보니 그냥 당신한테만 적용되는 이야기 아닌가?

맞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어떤 것이 정답이다 학원을 가라 마라 그런 얘기를 제가 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본인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요약하면 비전공자라면 학원을 가는 것이 낫고

전공자라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학원을 가는 것이 낫고

단기간 내에 자기에게 부족한 점을 찾아서 스스로 채워 넣을 능력이 된다면

(확실하지 않다면 한 두 달 정도 스스로 검증하는 시간을 거친 다음)

혼자서도 충분하다 라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혹시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컴퓨터 학원 관계자가 아닙니다!

그럼 당신은 학원을 왜 안 갔는가?

저도 학원을 수소문해서 면접까지 봤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원장님이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저를 떨어뜨렸습니다.

당시에는 굉장히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취업이 이렇게 늦어진 것을 보면 정확하게 봤던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이후에 다른 학원 몇 군데의 일정을 알아봤지만 제가 계획했던 것과 맞지 않아서 그냥 혼자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부트캠프는 어때요?

부트캠프는 신병 훈련소를 말합니다. 군사 훈련에 준할 만큼 빡세게 코딩 교육을 시켜주는 곳이라는 뜻에서 코딩 교육 과정을 부트캠프라고 부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갈 수만 있다면) 좋은 무료 교육 과정으로는

우아한 형제들 우아한테크코스(https://woowacourse.github.io/)

네이버 부스트캠프(https://boostcamp.connect.or.kr/)

삼성 싸피(https://www.ssafy.com)

42서울 42SEOUL(https://www.42seoul.kr/)

이 있습니다.

부스트 캠프는 기간이 안 맞아서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싸피는 만 29세라는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29세였지만 싸피에서는 몇 년생인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42서울은 1차로 간단한 컴퓨팅 사고 게임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고 수시로 테스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변별력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쌓이게 되고 다음 과정에 지원을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코로나와 함께 치솟는 개발자의 인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몇 달이 지나도록 지원조차 못 하고 있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42서울에서 초대장이 오는데 귀찮아서 그냥 방치하고 있네요.

우아한테크코스 에는 두 차례 지원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지 않아서 떨어졌고,

두 번째에는 코딩 테스트는 모두 풀었지만 서류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코딩테스트 난이도나 커트라인이 높진 않으므로 서류가 당락을 좌우하게 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류 그 자체보다 지금까지 또는 최근 6개월 간의 행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코딩 실력이 좋은 사람보다 꾸준히, 끈기 있게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깃허브든 블로그든 자신의 꾸준한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남겨놓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떨어진 사람이 더 얘기해봤자 의미가 없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수십 번을 고쳐서 제출한 지원서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뽑아주겠지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는 광탈. 너무 실망한 나머지 다시는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치킨을 시켜먹은 건 비밀...)

위 4가지 정도가 대기업이 주관하는 무료 부트 캠프 중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것들입니다.

이외에도 수백만 원짜리 유료 부트 캠프들이 있지만 제가 아는 바가 없는 탓에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 계속...

5. 썼노라, 보았노라, 떨어졌노라
- 원서를 냈다가 합격하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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