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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시 6번 떨어지고, 30대 신입 웹 개발자가 되는 이야기 (1)

by softserve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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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시낭인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취직을 하고 싶지 않아 고시에 도전했고, 장수 끝에 실패했습니다.
처음 2년은 희망으로, 그다음 2년은 오기로, 그리고 마지막 2년은 체념으로 버티다가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행히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해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면접 한 번 본 적 없던 제가 취업에 도전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낭비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검색을 해봐도
“비전공자에서 개발자로”
라는 타이틀의 성공 스토리는 많았지만 저처럼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갔다가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누군가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네카라쿠배’ 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여러분에게 알려줄 특별한 취업 스킬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취업팁이나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밑바닥을 경험했던 평범한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고민들을 해왔는지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

사실 이 고민을 길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마지막 시험을 2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개발자 모집공고를 검색해보곤 했거든요. 저는 제 전공이 꽤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수요는 많다고 하고, 지금 시점에서 육체노동 아니면 전공을 살리는 것이 그나마 빠른 취업의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최우선 목표는 하루라도 빨리 밥값을 하고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실리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놓고 1년 넘게 취직을 못한 건 안 자랑...) 꼭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기로, 가장 수요가 많다는 웹 개발자가 되기로, java/spring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죠.

2. 웹 개발? 백엔드? 프레임워크? API?

졸업한 지 꽤나 시간이 지나 시대가 많이 바뀌기도 했거니와, 스프링 같은 프레임워크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저런 개념들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이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대부분 상식으로 여겨지는 내용이니 이 부분은 스킵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웹 개발자라는 단어를 보고 웹 마스터 같은 걸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냥 html 페이지를 여러 개 만들어서 엮어 놓으면 웹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웹사이트 만드는 데 개발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왜 웹 개발인가?

간단하게 알려드리자면 지금 대부분의 회사나 공공기관이 자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고, 많은 업무가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관리 프로그램들도 웹 기반인 경우가 많죠. 웹 또는 모바일 웹을 통해 제공되는 IT 서비스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만큼 웹으로 복잡하고 많은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고, 제공하고 있기에 그만큼 인력이 필요한 거겠죠. 채용공고를 봐도 대부분은 웹 개발자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혼자서도 웹사이트 하나 정도는 뚝딱 만들어내고 그랬지만 지금은 분야도 점차 세분화되고 프로젝트 하나의 덩치가 커져 여러 개발자들이 투입되면서 협업의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죠.

웹 개발 분야는 어떻게 다른가?

웹 디자이너는 어떻게 요소를 배치하고 색상을 바꿔서 화면을 더 보기 좋게 만들지를 고민합니다.

퍼블리셔는 디자이너가 그려놓은 화면을 보고 html/css 등을 이용해서 웹으로 똑같이 구현하는 일을 합니다.

프런트엔드 개발자도 화면단을 담당하고 요구사항대로 화면을 구성하는 일을 하므로 퍼블리셔의 작업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서버에서 보내준 데이터를 처리해서 보여주거나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웹 페이지가 적절히 동작하도록 만드는 일을 합니다.

백엔드 개발자는 화면단에서 들어오는 요청에 따라서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어떤 로직으로 가공해서 다시 보내줄지를 결정하게 되죠.

이러한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고 각각 겹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백엔드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취준생들도 백엔드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프런트엔드를 선택하는 것이 조금 더 쉽고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분야를 명확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막상 취업을 하게 되면 원하던 것과 하는 일이 조금 다를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다 알아야 되는 거니까요.

여유가 있으신 분은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준비해서 도전해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일단 어디든 취직을 하고 미래는 나중에 결정하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언어와 프레임워크

프레임워크는 개발자들의 반복된 작업을 줄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틀 같은 것입니다. 귀찮은 작업들을 프레임워크가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죠. 유사한 개념으로 라이브러리가 있습니다. 라이브러리는 미리 작성해놓은 코드들을 말하며, 개발자는 이 도서관에서 필요할 때마다 클래스나 메소드를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이브러리를 어디서 어떻게 쓸 지는 개발자가 결정하게 되지만 프레임워크를 사용할 때는 전반적인 흐름을 프레임워크가 제어하게 됩니다.

언어나 도구도 어느 하나에만 얽매이기보다는 도구는 도구일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의 문법이나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일단 주 언어를 정해서 깊이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제대로 다루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java/spring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파이썬도 건드려보고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하나 완성시키지 못하고 엉겁결에 취업이 되어버린 케이스다보니 이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가서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3. SI는 안 된다고? IT 회사의 종류

si는 system integration의 줄임말입니다. 시스템 구축, 즉 새로운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si가 기피대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잦은 야근과 갑질을 견뎌내야 하는 점, 여기저기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많은 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발자로서의 성장이 어렵다는 점, 신기술을 사용하기 힘들고 코드 퀄리티를 향상하기보다 기한 내에 동작만 하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점 등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it 기업 대부분이 si라고 하죠. 그만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si 기업에서 일하게 됩니다. 근무 여건이나 조건이 회사나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만별이니만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젝트에 개발자를 파견해주고 일정액을 떼어가기만 하는 인력 파견업체도 있고, 직접 프로젝트를 따와서 개발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으니 실정이 어떻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개인이 목표하는 바에 따라 si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괜찮아 보이는 si 회사 몇 곳에 원서를 내보기도 했었습니다. (떨어졌지만!)

다만, 정말 질이 안 좋은 회사가 있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특히, 신입의 경력을 속여서 단가를 높게 받는 뻥튀기 업체는 피하라고 하더군요.

sm(system maintenance\) 은 구축된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일을 말합니다. 대기업 전산실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객사에 직원을 상주시키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 대응하는 일을 하게 되죠.

솔루션 회사는 좀 애매한 개념이기는 한데,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si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솔루션이라는 건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 같은 걸 말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솔루션은 관리자단을 포함한 하나의 웹사이트입니다. 고객사가 들어오면 껍데기만 새로 만들어서 홈페이지를 뚝딱 만들어줄 수 있죠.

그 밖에 IT 회사 하면 떠오르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자체 서비스 회사가 있습니다. si와는 반대로 취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게 서비스 회사죠.

참고로 저는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주요업무는 새로운 고객이 들어오면 세팅을 해주고, 기존 고객들의 유지보수를 해주며, 고객의 요청이 있거나 필요가 있으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si는 안 하지만 서비스 회사라고는 하는데 솔루션 같기도 하고, 유지보수 같기도 하고 그런 곳이에요.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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