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종류와 가성비 사무용 키보드 추천
1. 가성비 甲, 멤브레인
멤브레인 키보드는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키보드이며 보통 1 ~ 2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멤브레인의 타건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음도 적고 사무용으로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죠.
다만, 구형 모델의 경우 엔터키가 요즘 나오는 일자형이 아닌 ⏎ 요런 모양일 수 있습니다. 한 때 게이밍 키보드로 인기를 끌었던 DT-35
가 저렇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Autohotkey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키 배열을 바꾸는 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멤브레인의 경우 키캡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죠.
멤브레인과 비슷한 녀석으로 플런져 키보드가 있습니다. 플런져는 유사기계식 키보드라고 할 수 있는데 멤브레인도 아닌 것이 기계식도 아닌 그런 키감을 선사합니다. 가격은 2 ~ 3만 원대로 멤브레인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별로 인기는 없는 편이며 몇 개 회사에서 만들고 있지만 선택지가 많지도 않습니다. 키캡이 십자 스템의 기계식 키보드와 호환되기 때문에 교체가 가능하지만 규격이 좀 달라서 딱 들어맞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플런져 키보드인 앱코 k300
을 집에서 메인 키보드로 사용 중입니다. 막 쓰기 좋기 때문이죠. 키압이 높지 않아서 게임을 할 때 손가락의 부담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음료수를 엎었는데 멀쩡하더라고요. 한 번 누르면 여러 번 입력되는 현상(채터링)이 발생했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온 상태입니다.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지만 1년이 넘도록 고장이 나지 않아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종되어 앱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2. 노트북에 달린, 펜터그래프
누르는 깊이가 얕아 조용하며 심심한 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노트북 한 대 정도는 있으실 테니 굳이 키감을 느껴보기 위해서 펜터그래프 키보드를 살 필요는 없지만, 가볍고 얇아 휴대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제품으로는 MX keys
를 들 수 있겠네요. 저는 미니미니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MX keys mini
를 구입하였는데, 생각보다 사용을 많이 안 하게 되어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로지텍에서 자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만 키배열을 바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또 가격이 10만 원 대로 형성되어 있어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더 저렴한 휴대용 키보드로는 k380
이 있으나 키가 작고 배열이 불편해서 메인 키보드로 사용하기엔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3. 지름의 시작,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의 종류에 따라 가장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찰칵 찰칵 클릭 소리가 나서 가장 시끄러운 청축
클릭은 없지만 누를 때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나는 갈축(택타일)
아무런 걸림없이 눌리는 적축(리니어)이 있습니다.
각 제조사별로 수십 가지의 스위치가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 저 세 가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적축이 저 중에서는 가장 조용한 편이라고 하지만 사무실 분위기에 따라 시끄럽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소음을 더 줄인 버전인 저소음 적축이나 저소음 갈축이 인기입니다.
대표적인 스위치 제조사, 체리에서 출시한 체리 키보드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는 편입니다. 1년 전 제가 구입할 때만 해도 7 ~ 8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만 원이 넘어가네요.
mx board 3.0s
는 몸통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무겁지만 조금 더 고급진 느낌을 줍니다. 키캡은 ABS입니다. ABS가 PBT에 비해 조금 더 저렴하고 오래 쓰면 번들거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제품마다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PBT도 완전 싸구려 제품은 싼 티가 많이 나거든요.
g80-3000s
은 플라스틱 재질이며, 만원 정도 싼 편이고, PBT 키캡이 부착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샀던 기계식 키보드이기도 합니다. 이때만 해도 키보드를 이렇게 많이 사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체리보다 조금 더 저렴한 제품으로 앱코의 ck87
이 있습니다. RGB가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체리 키보드도 RGB버전이 있지만 일반 버전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황축은 체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게이트론 사의 스위치입니다. 적축과 같은 리니어이지만 적축보다 조금 더 키압이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장시간 사용하면 손가락이 조금 아픕니다. 하지만 적축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에 하나쯤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인기 없는 빨검 제품을 3 ~ 4만원 정도에 구입했던 것 같네요. 아래 크림블루 색상은 인기가 많아 다른 색상보다 만원 정도 비싼 편이고, 지금은 6만원 정도가 상시가인 듯합니다.
이것보다 더 저렴한 것을 찾으신다면 답은 중국 밖에 없죠. 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선 기계식 키보드들은 2만 원 내외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알리에서 만원 초반대로 구입한 k68
입니다. 아직까진 고장이 나지 않았고 생각보다 키감이 좋아서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해피해킹에 길들여진 분들에게는 오토핫키 등을 통해 바꿔 쓰기 딱 좋은 레이아웃이지만 미니배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몹시 불편합니다. 오래 쓴다고 해서 적응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서 작업 등에 사용하고자 한다면 숫자키를 포함한 풀배열이나 적어도 87 키 텐키리스 제품을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금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10만 원 후반대의 덱/레오폴드/바밀로의 기계식 키보드를 알아보시면 됩니다.
보기에도 고급지고 예쁘며, 쫀쫀한 키감을 선사합니다.
4. 구름 위를 걷는 기분, 무접점 키보드
무접점은 기계식 스위치와는 작동 원리가 달라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접점을 가장 선호하는 편입니다.
무접점 스위치의 종류는 두 가지밖에 없는데,
하나는 국내에서 노뿌라고 불리는 NIZ EC 사의 무접점 스위치이고
다른 하나는 사악한 가격으로 다소 망설이게 되는 토프레 사의 무접점 스위치입니다.
비싸다고 소문난 해피해킹
과 리얼포스
가 토프레 스위치를 장착한 제품들입니다. 구형 제품은 조금 더 저렴하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30만 원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회사에서 해피해킹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2시간 사용후기 / 1년 사용후기),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노뿌 키보드는 10만원대에 구매를 할 수 있어서 조금 더 만만합니다. 하지만 토프레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토프레보다 안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노뿌만의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프레가 약간 딱딱하고 '도각도각' 하는 느낌이라면 노뿌는 조금 더 부드럽고 '보글보글' 하는 느낌입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노뿌 무접점 키보드 제조사로는 한성/앱코/콕스가 있습니다. 앱코나 콕스 제품을 써보고 싶긴 하지만 한성 것을 두 개나 사고 만족했기 때문에 추가 구매는 안 하려고 합니다.
한성에서는 크기별로 다양한 무접점 무선 키보드 제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레트로 모델로 구입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염료 승화 버전이 나와서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의 선택지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가격도 그만큼 비싸졌네요.
풀배열 오피스 마스터
텐키리스 모델 스포츠
미니배열에 F1 ~ F12 펑션키가 추가된 미니쿠페
미니배열 티코
1년 전만 해도 15만 원의 거금을 주고 키보드를 사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상당했는데 취직 기념으로 큰맘 먹고 구매했던 게 GK898B 오피스 마스터였습니다. 종종 세일할 때는 12만 원 이하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비록 지금은 해피해킹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지만 몇 달간은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했습니다. 똑같은 스위치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작은 티코는 키감이 조금 달랐고 키캡을 바꿔주면 또 색다른 키감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무접점과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한 것이 광축 키보드입니다. 게이밍 키보드 세계에서는 커세어와 함께 인지도 높은 회사인 레이저 사의 헌츠맨 미니를 10만 원 대에 구매하였는데 무접점보다는 반발력이 덜하고 적축보다는 걸리는, 서걱서걱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5.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커스텀 키보드
키보드가 그렇게 복잡한 기계는 아닙니다. 플라스틱 또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키보드 몸통에 물리적인 입력을 전자 신호로 바꿔주는 기판이 들어가고 기판에는 사용자가 키를 누를 때마다 압력을 전달해 주는 스위치가 장착됩니다. 스위치를 감싸주는 것이 키캡입니다. 그래서 부품 하나하나를 원하는 것으로 구입하여 조립하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키보드에서 나는 소음에 민감하지 않아 윤활조차 해본 적이 없고, 기성품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커스텀 세계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쓸만한 커스텀 키보드 하나를 만들려고 하면 적게는 수 십 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까지 들어간다고 하니 앞으로도 쭉 관심이 없을 예정입니다.
혹시 커스텀 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tester68 같이 저렴한 키보드 키트를 구입한 다음 스위치와 키캡을 결합하면 간단하게 나만의 커스텀 키보드가 완성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 키캡이나 스위치는 몇 만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키캡만 별도로 구매하여 바꿔주거나, 핫스왑을 지원하는 기성품 키보드의 스위치를 교체해서 사용하는 것 정도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아닐까 생각되네요.